(손님)
이 존재, 인간은 여인숙이라,
아침마다 새로운 손님이 당도한다
한 번은 기쁨, 한 번은 좌절, 한 번은 야비함
거기에 약간의 찰나적 깨달음이
뜻밖의 손님처럼 찾아온다.
그들을 맞아 즐거이 모시라
그것이 그대의 집안을
장롱 하나 남김없이 휩쓸어가버리는
한 무리의 슬픔일지라도.
한 분 한 분을 정성껏 모시라.
그 손님은 뭔가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 내면을 비워주려는 것인지도 모르는 것.
암울한 생각, 부끄러움, 울분,
이 모든 것을
웃음으로 맞아
안으로 모셔들이라.
그 누가 찾아오시든 감사하라.
모두가 그대를 인도하러
저 너머에서 오신 분들이리니))
이 시는 내가 블러그에 막걸리 마시고
無慾이라는 제목으로 썼던 아래의
외로우면 외로워 하시고
슬픔이 오시면 슬퍼 하시고
기쁨이 오시면 기뻐 하시고
불안이 오시면 불안해 하시고
돌아버릴 것 같으면 또 그렇게 하시고
죽음마저도 그렇게 하시고
진정 욕심 없는 사람이여라.
진정 욕심 없는 사람이여라.
당신 주시는 것으로 사시는 분
완전하여라.
라는 글에 비밀 댓글로 달렸던 시이다.
우울증이라 하지 않고 우울이라고 제목한 것은
우울은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모심의 대상이자 인정의 대상이며
영혼의 절대적 비약을 이끄는 축복이기 때문이다.
우울이나 불안은 저항하지 않으면
딱 저 있을 만큼 머물다 지나간다.
영혼의 절대적 비약이란
우울이나 불안이 나라는 그릇에서 놀 만큼 놀다가 가도록 허락해 주는 것이다.
빈 그릇이 되어 주는 것이다.
그릇이 커서 큰 그릇이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고집하지 않는 빈 그릇이 큰 그릇이다.
단 한 번도 자기에게 불안이나 우울을 허락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왜 비약이라고 하는지..
한 번이면 끝이다.
단 한 번만 우울이 나에서 마음껏 놀다가 가시도록 내버려 두시길..가만히 앉아서.. 단 한 번이면 끝이다. 그래서 비약이다.
심리적 이유의 우울에 한정해서.
뇌의 물리적 이상의 우울증은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