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야기

이윤기

무이골 2010. 8. 27. 22:52

이윤기가 죽었단다.

권정생이나 박경리 이오덕이 죽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윤기가 번역했다면 무조건.. 아무런 의심 없이 기쁘게 서재로 입양하곤 했는데.. ...

身是菩提樹(신시보리수)
心如明鏡臺(심여명경대)
時時勤拂拭(시시근불식)
莫使染塵埃(막사염진애)

몸은 본래 보리(진리)의 나무요.
마음은 명경대와 같나니,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먼지 묻지 않게 하라.

菩提本無樹(보리본무수)
明鏡亦非臺(명경역비대)
本來無一物(본래무일물)
何處塵惹埃(하처야야진애)

혜능의 시는 신수의 시가 앞서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지니 함께 올렸고.

혜능의 시는 번역을 지워버렸다..

신수를 반대로 읽으면 되니까.

신수의 詩는 피곤하다.

요즘 내가 살피고 있는 많은 수련 단체나 치유프로그램들처럼...

혜능의 시는 시원하다.

혜능은 프로이드나 융을, 현대심리학을, 수련프로그램들을, 인도의 무슨무슨 성자들을 시원하게 뛰어 넘는다.

초기경전에서 싯다르타의 구질구질한 言說들도 훌쩍 우습게 만들어 버린다.

本來無一物(본래무일물)
何處塵惹埃(하처야야진애)

이미 `자유로운 존재의 참모습`을 이토록 군살없이 드러내다니..

이윤기도 혜능을 무척 좋아한 것 같다..

기독교인이라고 해도 되나?..

기독교 세례를 받았던 사람들은 대부분 `신수`적인 분위기가 많았는데

이윤기는 달랐다..

유영모나 함석헌도 그럴 듯하지만 결국 싸가지는 없다.

이윤기가 만든 `멋진 하루`라는 영화는 `대책 없이` 따뜻한 영화였다.

`장미의 이름`도 탁월한 번역에 따뜻한 소설이였지.

탁월하다는 수사로도 한참이 부족하다.

그가 `조르바`의 니코스카잔차키스를 좋아했는지..

`니코스카잔차키스`의 조르바를 좋아했는지..모른다.

니코스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을 지금 생각나는대로 적는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어짜피 심심한 것이 인생이지만..

나는 토마토 하나 썰어서 올 해 담은 매실주 마시고.. .. .

자유이던 당신은 여전히 자유일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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